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증·고액 질환 중심으로 치료에 필요한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로 2017년 8월 시작됐다. 하지만 시행 2년차 실태를 점검해봤더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의원의 비급여 진료가 오히려 양산되는 부작용으로 인해 ‘문재인 케어’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으니 씁쓸하기만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6일 발표한 ‘2018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 비율)은 63.8%로 전년보다 1.1%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의 재정을 쏟아부었는데도 결과가 이 모양이다. 중증·고액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의 보장률이 67.1%로 2.7% 포인트 상승했지만 재정 투입이 덜한 동네의원의 보장률이 57.9%로 2.4% 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네의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무려 3.2% 포인트 올라간 22.8%에 달했다.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돼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도수치료나 영양주사 같은 비급여 진료를 이전보다 훨씬 늘리거나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든 결과다. 시행 초기 부작용으로 지적됐던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장률을 2023년까지 70%로 끌어올리려던 정부 계획에는 일단 적신호가 켜졌다.
걸림돌은 비급여 진료다. 이에 대한 통제가 안되니까 재정도 줄줄 샐 수밖에 없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도 3조2000억원의 적자가 날 전망이다. 일선 병원의 비급여 항목 과잉 진료가 가장 큰 문제다. 일부 의료 소비자의 불필요한 의료 쇼핑도 마찬가지다. 실손의료보험을 믿고 도덕적 해이를 보인 탓도 간과할 수 없다. 실태조사로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비급여 진료를 관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불필요한 검사도 남발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등 모든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을 정교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설] 적신호 켜진 ‘문재인 케어’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입력 2019-12-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