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혜련 (25) ‘아나까나~’ 부르던 나, 찬양앨범 녹음하게 돼

입력 2019-12-18 00:05
조혜련 집사가 2017년 발매한 ‘성경 낭독이 있는 찬송’ 2집 앨범(나는 예수의 증인) 사진.

주일 예배가 끝나고 남편과 함께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다. 남편이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하나님의 연주자’라는 책이었다. 플루티스트 송솔나무의 자서전이었다. 남편은 그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송솔나무와 너무 비슷하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분을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한 기독교 방송에서 특집방송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우리 부부는 송솔나무 집사님을 만나게 됐다. 심장도 호흡기도 좋지 않으면서 선교사로 전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분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송솔나무 집사님과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날 송솔나무 집사님은 나의 간증 이야기를 듣고 CCM 워십팀 어노인팅 멤버였던 편곡자 김사무엘 목사님과 함께 쓴 곡이라며 찬양을 들려줬다. 두 분과 만남이 계기가 돼 ‘성경낭독이 있는 찬송’ 앨범을 녹음하게 됐다.

예전에 나는 ‘아나까나까나리까니키퍼웨이~바리소올라잇!’하며 팝송을 들리는 대로 코믹하게 소리를 질러가며 불렀는데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예수 나를 위하여’라는 곡을 녹음할 때였다. 찬양을 처음 불러 보는 나는 “예수 나아를~위이하여허~”라며 온갖 감정과 바이브레이션으로 변화음을 섞어가며 불렀다.

송 집사님이 말했다. “조 집사님! 변화음을 주지 말고 악보에 있는 그대로의 음으로 불러 주세요!” “집사님 감정이 없어요. 감정 넣고 다시 할게요!” “변화음 주지 마시고 악보대로 하세요!” 찬양 한 곡을 부르는데 두 시간 이상이 걸렸다.

‘일부러 딴지를 거는 건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그러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더운 여름, 좁은 녹음실에 오디오 때문에 에어컨도 틀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안 나왔다. 너무 힘들었다. 나는 한탄하듯 주저앉아 소리쳤다.

“하나님! 저 못하겠어요! 저는 CCM 가수도 아니고 제가 무슨 노래를 해요?” 나도 베테랑 방송인인데 자존심이 상해 불쾌한 마음이 가득했다. 타협하기 싫어서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그때 하나님이 이런 마음을 주셨다. ‘네가 부른 노래로 한 영혼을 살릴 수 있어. 너의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버리고 순수한 아이같이 불러보렴!’ 다시 일어섰다. ‘그래 나를 버리고 오직 예수님만 드러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노래하자!’

악보를 보며 변화음을 넣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우리를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흘리며 돌아가시는 모습이 상상돼 찢어질 듯 마음이 아팠다.

녹음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더니 송솔나무 집사님과 남편도 울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예수님의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것은 어떤 기교나 감정이 아닌 나 자신을 내려놓고 그분과 하나가 되어 진심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찬송 음반 CD를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엄마였다. 내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엄마였다. 그래도 딸이 노래한 거라면 들어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곡, 한 곡 녹음할 때마다 엄마가 예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기도하며 불렀다. 시간이 지나고 엄마 집에 갔을 때 CD가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속상하기는 했지만 엄마를 향한 하나님의 시간표를 기다리며 오늘도 잠잠히 기도한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