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법안 놓고 여야 막판까지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입력 2019-12-16 04:02
야 4당이 15일 국회 본청 안팎에서 다양한 구호를 내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여당과 선거법 협상 중인 3당은 선거제 합의를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날치기 통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막판까지 자기들만의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15일 선거법 단일안 마련에 실패해 다시 원점에서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 등 군소 정당까지 의석수 챙기기에 몰두하면서 선거제 개혁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당리당략만 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협상 테이블 밖에 있는 자유한국당은 주말 장외 투쟁에 이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4+1 협의체의 선거법 관련 합의안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연동형 캡(cap)과 석패율에 대한 이견이 있어 선거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도 원안을 훼손하려는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며 “이런 원칙 하에 16일 3당 교섭단체 간 협의 및 4+1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까지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단일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정당득표 연동률 50%에는 합의했으나 연동률 50%를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 중 30석으로 제한하는 ‘연동형 캡’을 씌우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발했다. 이들은 지역구 차점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올려 구제하는 석패율제 적용 숫자를 놓고도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까지만 해도 4+1 협의체가 합의점에 접근했다며 추가 협상을 통해 16일 본회의에 선거법은 물론 검찰 개혁법 등도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의 개별 접촉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 취지에 맞게 원안에서부터 다시 협상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대기업(민주당)이 중소기업(군소정당)을 후려치듯 한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 정당 안은 몇몇 중진 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하게 하는 것이 유감스러워 원래 개혁 취지대로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협의의 문은 열려 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원안(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대로 표결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법 원안이 상정되면 한국당은 물론 지역구가 사라지는 호남 지역 대안신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강공은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로 풀이된다.

16일 오전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소집으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열린다. 4+1 협의체가 선거법 합의에 실패하면서 16일 본회의 개최 가능성이 낮아져 여야는 협상 시간을 조금 더 벌게 됐다. 한국당이 민주당과 주말 물밑 접촉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섭단체 회동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나래 심희정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