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지난해 6·13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을 상대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업무용 휴대전화에서 나온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관련 문건 등을 바탕으로 선거에 앞서 있었다는 ‘뒷조사’와 관련한 정황을 청취했다. 김 전 시장은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이 울산경찰청에 부임한 지난 2017년 여름 무렵부터 자신을 겨냥한 뒷조사가 벌어진 의혹이 있다고 검찰에 상세히 진술했다.
김 전 시장은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017년부터 일명 ‘5가지 리스트’ 뒷조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뒷조사에 애초부터 청와대의 개입 사실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출석에 앞서 “황 청장이 울산에 부임하고 몇 달 안 지나 ‘김기현을 뒷조사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리더라. 청와대의 오더(지시)가 있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지난 2017년 10월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이던 문모 전 행정관에게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 제보했다는 의혹 문건을 김 전 시장에게 보이며 기억을 되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시장은 지난 2017년 여름 “울산시장과 관련한 비위 5가지를 적어놓은 ‘리스트’가 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격노했었다고 국민일보에 밝힌 바 있다. 김 전 시장이 한 공무원을 승진하게 해 주고 그 대가로 도움을 받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난무했고, 소문에 거론된 공무원이 실제 경찰로부터 탐문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명 ‘5가지 리스트’ 중 일부는 실제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울산경찰청의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받은 제보가 첩보 문건으로 요약 편집되고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에 순차적으로 하달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김 전 시장에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시장 측은 “검찰이 청와대에서 첩보를 어떤 식으로 정리하고 각색했는지,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까지 내려온 서류들을 거의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첩보의 이첩 형태와는 달리 문서수발 기록에도 남지 않게 다룬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황 청장 등을 고발했던 내용, 지난해 울산지검에 제출했던 고발장을 검찰에 제시해 가며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경찰 수사 때문에 선거 결과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김 전 시장 측은 측근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이 갑자기 교체된 상황 등에 대해서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6일 김 전 시장을 한 차례 더 소환할 방침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