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승리했지만… 브렉시트 완결까진 난코스”

입력 2019-12-16 04:07
영국의 보리스 존슨(왼쪽)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북동부 세지필드의 한 크리켓 클럽에서 이틀 전 총선에서 이 지역 의원으로 당선된 보수당 소속 폴 하웰과 함께 맥주잔에 맥주를 채우고 있다. 노동당이 완패한 이번 총선에서 하웰은 1931년 이후 세지필드에서 처음 당선된 보수당 출신 의원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도박은 성공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총선’으로 불린 영국의 조기 총선이 집권 보수당의 역대급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3년 반에 걸친 브렉시트 혼란을 끝낼 토대를 마련했지만 완전한 브렉시트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650석 가운데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364석을 차지했다. 반면 노동당은 203석을 얻는데 그쳐 154석을 얻었던 1935년 선거 이후 84년 만에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이어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48석, 자유민주당 11석,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8석 등의 순이었다.

영국 언론은 “브렉시트에 피로감을 느끼는 많은 유권자가 ‘브렉시트 완수’를 내건 보수당에 표를 던졌다”면서 “특히 보수당은 반이민 정서를 내세워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레드월(Red Wall), 즉 잉글랜드 중북부 석탄·철강·제조업 밀집 지역에서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보수당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는 예고대로 크리스마스 전 새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1월 말까지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행 기간 중에 영국은 현재처럼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에 따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브렉시트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존슨 총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2020년 말까지 영국이 EU와 무역협상, 분담금 등 새 미래 관계를 합의하는 동시에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새로운 협정안을 마련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2020년 말까지 영국-EU FTA에서 포괄적 합의에 이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EU는 재집권에 성공한 존슨 총리에게 “무역 협상 등 미래에 대한 설계는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 영국은 2020년 7월 1일까지 EU에 전환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양측이 동의하면 전환기간을 1~2년가량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존슨 총리는 선거 이전부터 전환기간 연장에 반대해 왔다. 2020년 내에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EU에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하나의 영국’을 지켜야 하는 과제도 존슨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AP통신은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이겼지만 영국과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연합 왕국의 미래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독립해서 EU에 남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던 SNP는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 가운데 48석을 거머쥐었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총선 직후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