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됐다. 2011년 3000만원이었던 기업 가치가 10년 만에 15만7000배나 수직 상승해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배달앱 시장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 중인 독일계 DH가 1위 배민까지 거머쥐면서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가져가게 됐다. 쿠팡이 아마존을 모델로 꿈꿨던 독점적 시장 지배를 DH가 먼저 이루게 됐다. 두 기업 간 M&A는 일단락됐지만 DH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 따라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플랫폼 기업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방법이 강요나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해당되는지,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등을 따져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등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담합이 이뤄질 수 있는지 등도 살핀다. 기업결합 심사는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DH의 시장 독점에 대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반발과 우려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두 회사는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각자 경영하면서 경쟁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회원 36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자영업자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양사의 합병 소식에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카페에서는 “소상공인에 빨대 꼽고 돈 벌고 매각하고 참 나쁘다” “(수수료 등) 현상은 유지한다지만 책임은 다른나라로? (업주들은) 단물 빠진 껌” 등의 불만이 나왔다.
배민과 거래 중인 배달음식전문점 사장 김모(41)씨는 “당장 수수료를 올리거나 불리하게 계약 조건을 바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로 주고받는 긴장관계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온라인에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배달의 게르만족이 됐다”는 자조를 쏟아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 업계가 소비자들의 수요에 기반해서 성장한 시장이기 때문에 갑자기 수수료를 올리거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의 성장은 강력한 소비자 지지로 가능했다. 독과점의 가장 큰 피해는 횡포인데, 자칫 시장에서 아예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강력한 저가격과 소비자 혜택을 내세운 새로운 업체가 나타나면 1위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승인을 얻고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고 하더라도 배달노동자 고용 문제가 중대한 문제로 남게 된다. 배달노동자는 최근까지 특수고용노동자로 사실상 자영업자로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노동권 보호를 못 받아왔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 등의 단체에서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달노동자를 사실상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서울북부지방노동청이 지난 10월 DH의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기사들이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기한 사건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
두 회사의 결합에 긍정적인 평가도 적잖다. 소자본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4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기업에 편입된 것에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도 있다. 무엇보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조인트벤처 ‘우아 DH 아시아’를 만들고 해외 진출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기대가 된다는 반응이다. 우아 DH 아시아는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회장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문수정 이택현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