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긴장 고조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미국 조야(朝野)도 북한의 도발 가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이달 초 밝힌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북한의 도발 이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크리스마스 전후로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도 거론된다.
미국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한반도 정세가 익숙한 상황으로 되돌아왔다. 북한은 다시 수수께끼 같은 위협을 던지기 시작했고 전 세계 관리들은 이를 해석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목을 사로잡으려는 목적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NN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지구 궤도에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여러 차례 평화적 우주개발권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과 2016년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우주로 쏘아 올린 바 있다. 북한은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공위성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2016년 9월 ‘백두산 엔진’으로 알려진 정지궤도 위성 발사용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엔진이 인공위성 발사에 활용된 적은 없다.
만약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표면적으로 평화적 우주개발권을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금지 조항을 담은 2·29 합의를 맺었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인공위성을 발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여기에 인공위성도 포함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은 핵실험이나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활동’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은 ICBM 개발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이 ‘화성 14형’과 ‘화성 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등 ICBM 기술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백두산 엔진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CNN에 “북한은 대형 탑재물을 지구 궤도에 올릴 능력이 있음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이 기술은 군사용 ICBM 개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담고 있는 불길한 메시지는 그들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인공위성보다 더욱 도발적인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카드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외국 정부와 언론,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수를 던져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릴 위험이 있는 고강도 도발 카드를 선뜻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아직 우세하다. 이 경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논의에 반대표를 던질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