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장나라(38)에게는 ‘동안’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곤 했다. 특유의 방부제 미모가 꾸준히 회자되면서 한때 드라마 ‘동안미녀’(2011) 주인공을 맡았을 정도였다.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은 대표작 ‘명랑소녀 성공기’(2002) 등을 준수한 연기력으로 히트시키며 굳어진 쾌활한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2년은 괄목할 만하다. 장나라의 새로운 면모들과 깊어진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지난해 ‘황후의 품격’. 극에서 장나라는 복수심에 가득 찬 황후 써니 역을 맡아 개연성을 견인했다. 살인 등 ‘막장’으로 점철된 극이 17.9%(닐슨코리아)까지 올랐던 게 그의 호연 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최근 10% 넘는 시청률로 인기몰이 중인 ‘VIP’(SBS)에서는 이보다 깊어진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 내 VIP 전담팀 직원들의 얘기를 다룬 극이 정작 집중하는 건 ‘불륜’이다. 자극적 설정에 호불호가 큰데,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정선 역의 장나라가 독기 찬 모습과 처연함을 오가는 내면 연기로 시선을 붙든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를 두고 “장나라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배우이고, 그런 능력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빛을 발했다”며 “그런데 최근엔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명랑소녀 성공기’ ‘학교 2013’ ‘고백부부’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평범하면서도 경쾌한 이미지와 달리 한층 성숙한 모습이 두드러진다는 뜻이었다.
실제 장나라는 최근 작품 선택과 관련해 많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나라와 가까운 한 방송관계자는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본인의 꿈이고, 호러나 미스터리 등 장르에 대해서 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자타공인 흥행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헌신에 가까운 노력이 있었다. 장나라는 촬영에 들어가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대본을 탐독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감정적으로 힘들 만큼 배역 몰입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VIP 상대역 이상윤은 이를 두고 “자신의 전부를 던져 연기한다. 필사적”이라고 했다. 장나라는 데뷔 20주년이 가까운 이 시점에도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인 셈이다.
원조 한류 스타인 장나라는 가수와 배우로 둘 다 성공한 몇 안 되는 스타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틈틈이 노래 공부를 병행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배우 장나라의 향후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공 평론가는 “최근 작품들이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연기 DNA가 있는 배우이기에 앞으로도 과감한 변신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