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여당은 13일 본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여야는 오후 늦게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지난 10일 처리하지 못했던 22건의 예산부수 법안과 각종 민생 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12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을 위한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이 안건은 지난 11일 소집된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16일까지로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당은 임시국회 기간을 짧게 쪼개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려는 목적이라고 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소집했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불참했다. 이에 앞서 문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오전 회동을 통해 이날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를 거친 선거법 수정안 상정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과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오전에 합의한 정신대로 본회의에 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전 회동에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도 여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은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선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국회법 규정을 근거로 예산과 예산부수 법안만 무제한 토론에서 제외돼 있으며 모든 안건은 무제한 토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