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가급적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일괄 처리할 계획이나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태세여서 임시국회 내내 격돌이 불가피하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패스트트랙 법안의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필리버스터를 한 법안에 대해서는 다음 회기에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어서다.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이 이번 국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소집할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쪼개기 국회’ 방침까지 세워놨다. 한국당도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러기에 국회 농성과 주말 광화문 집회 등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법안은 선거법이다. 4+1 협의체는 250(지역구)+50(비례대표)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4+1 협의체 내에서 비례대표 연동률을 몇 %로 할 건지와 석패율 적용을 놓고 이견이 없는 건 아니나 선거법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연동제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13일 “싸울 수밖에 없다.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 대표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강경 투쟁이 한국당 지지세력을 결집시킬지 몰라도 외연 확장은 물론 실리 면에서도 얻을 게 없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갤럽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0%로, 42%인 민주당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비호감도 조사에서도 황 대표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당의 강경 일변도 투쟁에 따른 피로감이 가장 큰 이유다.
상황이 이러니 당내에서조차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우선 순위를 정해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 당은 아무 전략이 없다”는 불만들이 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협상론은 공천권을 쥔 황 대표의 강경 투쟁 노선에 파묻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그 전에 선거법이 통과돼야 한다. 합의 통과가 바람직하다. 버틸수록 한국당만 손해다.
[사설]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통과가 최선이다
입력 2019-12-1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