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요청으로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자 북한이 즉각 반발하며 강경 노선을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의 안보리 회의 소집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앞서 공언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걸고드는 적대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며 “우리는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대북)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면서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저들은 때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올려도 되고 우리는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 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협상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대사는 “우리는 여전히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해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5일 방한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협상 재개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북·미 접촉의 기회로 여겨진다. 비건 대표가 협상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접촉이 성사된다면 ‘연말’ 협상 시한을 늦추는 명분이 마련될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 측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같은 파격적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접촉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은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바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