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E 아세테이트 극소량 검출됐지만 임의첨가 금지 권고

입력 2019-12-13 04:01
서울시내 상점 진열대에 12일 다양한 종류의 전자담배용 액상이 진열돼 있다. 국내 액상담배 153개 제품 중 13개에서 폐질환 유발 의심물질이 극소량 검출됐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 함유 수준은 미국 제품과 비교했을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2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액상담배 153개 제품 중 13개에서 0.1~8.4ppm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는데,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5일 공개한 예비검사 결과(23만~88만ppm)의 10만분의 1 정도다.


가장 많은 양이 나온 제품은 케이크베이퍼의 ‘케이크 헤이즐넛 밀크 토바코’로 8.4ppm이 들어 있었다. KT&G의 ‘시드 토박’과 더블유피앤의 ‘수리퀴드2 스노우피치’, 알케마스터의 ‘알케마스터 망고슬러시’, 라살코리아의 ‘이그니스 아이스피치’에선 가장 적은 수준의 0.1ppm이 각각 검출됐다. 쥴랩스의 ‘쥴팟 크리스프’에선 0.8ppm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액상담배 농도를 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식약처는 “마약유래성분(THC)에 비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저가이고 무색, 무취”라며 “THC와 점도가 비슷해 혼합 시 확인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미국 액상담배 제조사들이 THC 증량 및 희석을 위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혼합,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의 경우 E&B의 ‘시크릿레시피 루왁’에서 디아세틸이 115.0ppm, 제조·수입사 불명의 ‘크림오프더크롭솔트’에서 아세토인이 840.0ppm, BLVK의 ‘BLVK유니콤토바코카라멜’에서 2·3-펜탄디온이 190.3ppm 각각 검출돼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 와이텐의 ‘goddess 스트로베리’를 포함한 6개 제품에선 세 종류가 모두 확인됐다.

정부는 미국 제품보다 검출량이 극히 적지만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의심되는 만큼 액상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임의로 넣지 말라고 권고했다. 미 FDA도 액상담배 사용 자제 권고를 유지하면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을 권고문에 추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유해물질과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사용 및 첨가 금지 조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쥴랩스 측은 “어떤 제품에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을 원료로 쓰지 않았다”며 “검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KT&G 측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을 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없고, 자체 검사에서도 이 성분이 검출된 적 없다”고 말했다.

연초의 잎,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모두 담배 영역으로 포함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어 국내 액상담배 관리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이번에 정부가 검사한 제품도 16개만 담배로 분류되고 나머지 137개 제품은 담배로 보지 않는 이른바 ‘유사담배’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와 가향물질 3종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 모두 유사담배였다.

편의점 업계는 폐질환 유발 의심물질이 검출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CU는 쥴팟 딜라이트와 쥴팟 크리스프, KT&G의 시드 토박과 시드 툰드라 4개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이미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던 GS25는 이날 KT&G 시드 토박 판매를 추가로 중단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일부 제품 판매를 추가 중단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