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랩스, KT&G 제품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중증 폐질환 유발 의심물질로 지목된 성분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액상 첨가오일)이 미량 검출됐다. 정부는 구체적인 원인 규명 전까지 현행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유지하고 비타민E 아세테이트의 임의 첨가와 사용 금지도 추가로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유통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의심물질 7종의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분석 대상 성분은 대마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인 THC, 액상에 집어넣는 오일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 액상의 기화를 도와주는 용매 2종(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이다.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과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가향물질이 검출됐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총 13개 제품에서 0.1∼8.4ppm(㎎/㎏)의 범위로 검출됐다.
일반 담배는 쥴랩스의 ‘쥴팟 크리스프’(0.8ppm)와 KT&G의 ‘시드 토박’(0.1ppm)에서, 유사 담배는 11개 제품에서 0.1∼8.4ppm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나왔다. 미국 10개주에서 샘플로 추출한 29명의 폐질환 환자에게서 이 물질이 공통으로 검출됐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근거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유력한 폐 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사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지난 5일 나온 FDA의 예비검사 결과에서는 THC 검출 제품 중 49%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희석제로 사용했고, 검출 농도는 23∼88%(23만∼88만ppm) 수준이었다.
국내 유통 제품에선 THC는 나오지 않았다. 마약의 일종인 대마를 사용할 수 없어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폐 손상을 일으키는 정확한 매커니즘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의심물질로 지목된 만큼 우리나라 제품에서 이 물질이 나왔다면 중대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향물질 3종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43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가향물질이, 6개 제품에서는 3종의 가향물질이 동시에 검출됐다. 디아세틸은 29개 제품에서 0.3∼115.0ppm, 아세토인은 30개 제품에서 0.8∼840.0ppm, 2·3-펜탄디온은 9개 제품에서 0.3∼190.3ppm 검출됐다. 가향물질인 디아세틸과 아세토인은 미국 FDA가 흡입 시 폐질환 가능 성분으로 경고한 물질이다.
정부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반장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내년 상반기 인체 유해성 연구 발표 전까지 현행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