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뀌는 식품산업… 메디푸드·고령친화식품 주목

입력 2019-12-13 04:01

정부가 미래 식품시장 선점에 나선다. 태동기인 ‘특수 의료용도 등 식품(메디푸드)’ ‘고령친화식품’과 같은 분야에선 시장 형성을 지원사격한다.

규모는 1조원대로 커졌지만 수입산이 주류인 ‘펫푸드(pet food·애완동물용 먹이)’ 분야 판도도 바꾼다. 국산 식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또 유망 품목을 집중 지원해 ‘국내 시장→해외 진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정부 전략의 바탕에는 식품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깔려 있다. 고령화, 1인 가구 확산, 반려동물 증가는 식품시장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식품시장 육성과 선점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도 연결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유망 식품 분야에서 일자리 2만370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시장 형성 단계이거나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맞춤형·특수식품 시장’이다. 이 가운데 메디푸드 시장의 가능성을 특별히 높게 본다.

1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메디푸드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97억5400만원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3년(392억4000만원)과 비교해 52.3%나 커졌다.

현재 메디푸드의 주력 제품은 입원 환자를 위한 병원식이다. 다만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집에서 식이요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식품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중소 식품기업 A사는 당뇨환자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540가지 식단을 서비스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식품부는 질환별 맞춤형 식품이 유통되도록 제품에 질환명을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친화식품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한다. 쉽게 씹을 수 있거나 잇몸으로도 부술 수 있는 식품, 혀로 부술 수 있는 식품처럼 고령자에게 최적화된 식품의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국산화가 취약한 펫푸드 시장도 주목한다. 한국펫사료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9696억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65.3%를 수입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국산은 질이 낮다’는 소비자 인식이 팽배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국산 제품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민간 주도로 성장세를 타고 있는 ‘기능성 식품’ ‘간편 식품’ ‘친환경 식품’도 지원 대상이다. 연구·개발(R&D) 관련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떠오르고 있는 식품산업군의 국내 기반을 닦아 수출까지 연결해주는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지난해 기준 5만1000명인 식품산업 종사자 규모를 2022년 7만4700명, 2030년 11만58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식품산업은 성장 가능성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내도록 제도를 설계·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