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생 플랫폼 업체 기여금 면제”… 업계 “대안 부족” 비판

입력 2019-12-13 04:03
김채규(가운데)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이 12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국토부-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간담회에 참석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이 김 실장의 발언을 들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플랫폼 업체들이 마주앉았다. 국토부는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플랫폼 업체 죽이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스타트업의 신규 사업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는 기여금을 면제해 준다는 파격적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낭떠러지’가 있을지 모르는 ‘앞문’으로 나가는 걸 결정하기엔 정부 대안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에 사업을 허가받는 식의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한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맞섰다. ‘허가 대수의 총량’도 아직 불확실해 사업계획을 정할 수 없는 만큼 국토부가 플랫폼 업계 전체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다 금지법’ 논란에 혼줄이 난 국토부는 플랫폼 업계와 협의를 통해 세부법령 제정에 속도를 내려다 예기치 않은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플랫폼 업계와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국토부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플랫폼 업계와 플랫폼 제도화 법안 추진 배경과 향후 세부 법령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플랫폼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코나투스, 파파, 벅시, KST모빌리티, 아티스테크, 스타릭스, 타고솔루션즈, 위모빌리티, 우버 등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먼저 ‘기여금 면제’를 꺼내들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운송사업자가 기여금을 내고 정부가 정한 택시면허 총량 안에서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 업계에선 이 조항을 ‘진입장벽’이라고 비판한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기여금을 내지 못해 사업 자체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채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일정 규모 이하 플랫폼 업체의 경우 사업 허가 시 필요한 기여금을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때까지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진입장벽을 최소화하겠다. 기여금 산정 방법도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는 국토부 대안도 ‘불확실성 해소’에 충분하지 않다고 맞섰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앞문은 열어주고 뒷문은 닫겠다’는 취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혁신의 기회를 주겠다고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기여금 납부, 총량 등의 족쇄와 진입장벽 항목이 있다. 신규 사업이 허가 총량에 막히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업체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토부는 “새로운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타다 측은 이날 간담회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위 법령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리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택시-플랫폼 상생안 실무기구’ 논의 의제를 정할 방침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