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낭패의 기억 잊어라”… ‘롱패딩’의 귀환

입력 2019-12-13 04:05
의류업계가 다양한 롱패딩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밀레,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신 상품. 각사 제공

아우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롱패딩이 돌아왔다. 플리스와 숏패딩을 트렌드 아이템으로 삼았던 의류업계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롱패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무릎 아래 길이의 롱패딩 일색이던 2017년보다는 다양성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가을·겨울 신상품이 막 나오던 시기에 롱패딩은 주연급이 아니었다. 본격 추위가 찾아오기 전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롱패딩으로 쓴맛을 봤던 의류업계는 실패해도 타격이 적은 플리스로 시동을 걸었다. 12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플리스 제품을 내놓은 곳마다 거의 완판될 만큼 인기였다. 가격이 높지 않고 실용적이다보니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는 것이다.

플리스가 훈훈하게 데운 시장에 숏패딩이 등장했다. 볼륨감을 강조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숏패딩은 특히 1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1980, 90년대 유행했던 숏패딩이 돌고 돌아 30여년 만에 다시 유행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패딩 시장에서 롱패딩은 매출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2017년 강추위에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겹치면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이 ‘국민 패딩’이라고 불릴 만큼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추위가 늦게 시작됐고 예년보다 추위가 덜하면서 롱패딩 수요가 크게 줄었다. 2017년 없어서 못 팔았던 경험으로 롱패딩을 다량 준비했던 의류업계는 지난해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쌓이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7년 9~12월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매출에서 롱패딩 비중이 81.1%였는데 이듬해 같은 기간에는 58.1%로 떨어졌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예측을 잘못한 탓도 있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타격을 받는 게 의류업계의 태생적인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1월 14일을 전후로 롱패딩 매출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 관계자는 “지난해 힘들었다고는 해도 단가가 높고 언제든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롱패딩을 배제할 수 없었는데 마침 날씨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량 생산으로 낭패를 봤던 의류업계는 캡슐 컬렉션(유행의 빠른 변화와 날씨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간을 봤다. 롱패딩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디자인, 소재를 다양화해 대비했고 날이 추워지자 롱패딩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활동성을 떨어뜨린다는 롱패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게를 줄이는 추세다. 경량에서 더 경량으로 가면서 소재로 보온성은 강화했다”며 “구스가 많이 들어가도 머리, 목, 손목, 발목은 추울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롱패딩에 적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