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도발을 멈출 것을 경고하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대사는 11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북한이 연속적으로 실시한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두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의 이런 행동은 미래를 향한 더 나은 길을 찾는 기회의 문을 닫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는 대신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즉각 추가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다만 크래프트 대사는 외교적 해결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먼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가능한 한 빨리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 조항’을 적용해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단서(스냅백 조항)를 달고 제재를 먼저 완화하자는 얘기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북한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주지 않은 채 어떤 것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계적 제재 완화 로드맵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현 주유엔 대사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시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국제사회는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해야 하며, 북한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유의미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7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서 신형 엔진 연소 시험을 한 뒤 거의 매일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있다. 항공기 이동을 추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지상감시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가 12일 8.8㎞ 상공에서 한반도를 비행했다. 조인트 스타스는 북한 해안포 진지와 미사일 기지의 병력·장비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전날에는 20㎞ 상공에서 30㎝ 크기의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급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가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군 소식통은 “미군 정찰위성까지 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사실상 실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김경택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