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 날카로운 타격으로 2연속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프로농구에는 ‘농구 대통령’ 허재의 차남 허훈(24·부산 KT)이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센스 있는 플레이를 뽐내며 올 시즌 농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6연승 휘파람을 분 KT는 12일 현재 12승 9패로 2위 안양 KGC인삼공사(12승 8패)에 반경기차 뒤진 3위에 올라 있다. 멀어만 보였던 선두 서울 SK(14승 6패)도 2.5경기차로 가시권이다.
KT 돌풍의 중심에는 올 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 허훈이 있다. 허훈은 12일 현재 경기당 평균 득점 부문 리그 국내 선수 1위(16.4점), 어시스트 부문 전체 1위(7.3개)를 기록 중이다. 16.4득점은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전체 6위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평균 11.3득점 4.1어시스트)에 비해 월등히 상승했다. 라운드 MVP를 넘어 시즌 MVP도 노려볼 만한 성적이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출전 쿼터가 하나 줄어들면서 허훈은 지난 시즌보다 4.1개 늘어난 경기당 평균 13.6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야투율은 같은 기간 42.6%에서 44.9%로 올랐다. 허훈 덕에 KT는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려주는 외국인 선수가 없어도 평균 83.6득점으로 팀득점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11일 서울 SK와의 맞대결은 물오른 허훈의 센스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허훈은 1쿼터 막판 공을 잡자마자 슛페이크로 애런 헤인즈를 속이고 페인트존으로 향했다. 이를 본 최준용이 골밑으로 달려들자 허훈은 최준용이 막던 김영환에게 정확히 패스해 손쉬운 3점슛을 유도했다. 2쿼터에는 골밑으로 파고들어 두 명의 수비를 뚫고 득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날 허훈은 18득점 9어시스트의 만점 활약으로 팀의 81대 68 승리를 이끌었다.
허훈이 일취월장함에 따라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인연이 없던 KT가 올 시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T는 전신 KTF 시절인 2006-07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우승에는 실패했다. 플레이오프 4강 직행도 2010-11시즌 이후 자취를 감췄다. 허훈에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 수상자 양홍석(22)까지 보유한 KT에게 올 시즌은 염원의 챔프전 트로피를 품에 안을 적기다. 213㎝의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30)가 11일 SK전에서 보여준 활약(21득점 17리바운드)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KT의 대파란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