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몽골서 멸종위기 동물 무허가 사냥”

입력 2019-12-13 04: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사진)가 몽골 여행 중 멸종위기 동물을 무허가 사냥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사냥을 마치고 며칠 후 할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을 만난 뒤에야 정식 허가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당시 여행이 개인적 차원으로 이뤄졌으며 행정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주니어가 몽골 정부와 모종의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8월 몽골로 여행을 떠나 멸종위기 동물인 아르갈리 산양 한 마리를 사냥했다고 미국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장 가이드에 따르면 사냥은 한밤중에 이뤄졌으며 트럼프 주니어는 레이저 조준기가 달린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아르갈리 산양의 사체를 알루미늄판에 담아 조심스럽게 운반하라고 수행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당시 몽골 정부의 사냥허가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며칠 뒤인 9월 2일 바툴가 대통령을 접견한 뒤에야 허가증을 받았다고 한다. 사냥 허가를 소급해서 받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몽골 여행 중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으로 추정되는 미국 측 경호원은 물론 몽골 정부 측 인원들의 호위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몽골 방문이 공식적 성격을 띠지 않은 개인 여행이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2015년 전미총기협회(NRA)가 주최한 자선경매 행사에서 7일 일정의 몽골 여행 상품을 구매했었다는 것이다. 구매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이었으며 항공기는 민항기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NRA 경매에 아르갈리 산양 사냥과 몽골 정부 인사 접견 등 항목이 명시돼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주니어의 몽골 방문 시점이 바툴가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후라는 점에서 모종의 물밑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몽골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는 중이다. 몽골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주변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미국을 ‘제3의 이웃’이라 칭하며 접근하고 있다. 바툴가 대통령은 미국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에게 말을 선물하며 친밀감을 과시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