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의 기적’ 다른 병실에도…

입력 2019-12-13 00:28
강준우군이 지난 3월 인천 서구의 집에서 코에 비위관을 꼽은 채 누워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저도 준우(3 레녹스가스토증후군)가 아프기 전엔 몰랐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요. 포기하지 마세요. 손을 잡아줄 사람이 분명 곁에 있습니다.”

아빠 나이 마흔다섯에 찾아온 선물, 배 속에 있을 때 복덩이라 불리던 아이. 남들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줄 알았던 준우에게 이상이 느껴진 건 생후 5개월 때였다. 종일 어딘가 불편한 듯 인상을 썼고 목을 가눌 때가 됐는데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첫째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뇌파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병원에서는 3개월간 먹으라며 약을 처방해줬지만, 준우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다른 병원을 찾았다. 검진 또 검진. 입원 이틀 만에 의료비 영수증엔 160만원이 찍혔다. 이후 2~3개월에 한 번씩 55만원이 드는 뇌파 검사를 받았다. 검진받는 것만으로도 살림살이가 휘청거렸다. 1년 6개월 만에 준우가 받은 진단은 ‘뇌병변장애 1급’과 희귀난치성질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준우를 엄마가 돌봐야 했기에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건 아빠 몫이 됐다. 5년 전 폐질환 수술을 받은 아빠 강민식(가명 47)씨는 재발위험을 무릅쓰고 쉴 새 없이 택배 일을 해야 했다.

지난해 준우의 경기가 심해지자 병원에서는 뇌수술을 권했다. 뇌전증을 유발하는 뇌파를 차단하는 수술이었다. 생사가 달린 대수술인 데다 감당하기 힘든 수술비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다. 가족 앞에선 “돈 걱정하지 말고 치료 받으라”고 말하던 아빠는 뒤에서 눈물을 삼키며 ‘왜 제게 이러시냐’고 하늘을 원망했다.

그때 희망이 찾아왔다. 준우의 사연을 접한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성탄절 캠페인을 통해 교회와 준우를 연결해 줬다. 성도들이 보내온 것은 성금만이 아니었다. 응원과 격려를 담은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심할 땐 몸을 묶어놔야 했던 준우는 수술 후 경기가 줄었다. 위루관 수술도 받아 영양섭취도 원활해졌다. 발육에 속도가 붙었다. 준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희망을 찾았다. 김씨는 “준우가 건강해지면 ‘그동안 받은 도움과 기도를 꼭 기억하고 이웃을 도와주며 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밀알복지재단의 절기 나눔 캠페인은 교회와 저소득가정 장애아동을 연결해 치료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캠페인에는 영도교회 소망교회 영화교회 신정교회 동탄제일교회 5개 교회가 참여해 장애아동 7명에게 의료비를 전달했다.

지금도 수많은 영유아기 장애아동들이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올해 성탄절 캠페인 ‘늦지 않게 지켜주세요’를 통해 교회와 치료가 시급한 장애영유아를 연결할 예정이다.

유권신 밀알복지재단 네트워크사업부장은 “교회와 연결된 장애아동들은 성도들에게 받은 사랑과 용기로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전국 저소득가정 장애영유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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