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을 관리한다는 사람들은 피도 관리한다. 암 예방이나 노화방지, 고지혈증에 좋은 명품 치료로 유명하다. 적게는 400~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중국 등을 대상으로 의료관광업에 종사한다는 A씨는 혈액정화요법이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들에게 암암리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의료관광객 사이에서 ‘피를 깨끗하게 걸러주는’ 특이한 치료법이 화제다. 일명 ‘혈액 클렌징(혈액정화요법)’이라 불리는 이 치료법은 채취한 혈액에 의료용 오존을 주입해 오존반응을 일으키거나, 빛을 쪼여 살균시킨 뒤 다시 체내로 되돌려주는 등의 방법이다. 일반 신장질환 환자들이 받는 혈액투석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표준치료법도 아니다. 그러나 건강이나 미용에 관심이 많은 이들, 그리고 암, 중증질환으로 ‘기적’을 찾는 의료관광객과 국내 환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해당 치료법을 시행하는 한 의료기관에서는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 동맥경화 유발물질, 활성산소 등 각종 노폐물을 정화시켜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라며 ‘각종 만성질환 예방과 노화방지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대개 항암· 노화방지·고지혈증 치료· 면역력 향상·피로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며, 성기능개선·손발 저림 개선 등의 효능을 내건 곳도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근거 없는 치료’라며 혀를 찬다. 한 개원의는 “약 10년 전 불주사라며 혈관에 빛을 쏴주면 혈관을 소독해준다는 사이비 치료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사이비적 의료행위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대상 환자군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효과가 불분명하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혈액 정화’는 커녕 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피를 뽑아 정화한 뒤 다시 넣어주는 과정에서 감염, 출혈, 혈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혈액 내 전해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조절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신장기능이 60% 이상으로 높은 분들은 굳이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도 우리 몸의 신장이 알아서 나쁜 물질을 배출한다. 건강한 사람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근거가 희박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혈액 클렌징 받자” 외국인 의료관광 러시, 효과의문… 불주사 재판 우려
입력 2019-12-15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