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기지 오염, SOFA 개정해 근본 해법 마련해야

입력 2019-12-13 04:02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동두천 등지의 미군기지 4곳이 반환됐다. 서울 용산기지 반환 절차도 시작됐다. 진작 확정된 일이 10년씩이나 지연된 것은 환경오염 정화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미군이 장기간 사용한 땅에선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과 납, 아연, 벤젠, 카드뮴 등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되고 있다. 이번에 반환된 4곳의 오염을 정화하려면 1000억원 넘는 비용이 든다. 이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지 반환이 미뤄져 왔다. 반환 대상 기지 80곳 중 반환이 완료된 것은 이 4곳을 포함해 58곳에 그친다. 정부는 “오염 책임 문제는 계속 협의한다”는 미완의 상태로 반환을 진행했다. 실용적인 접근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계속 방치할 경우 오염이 더 확산될 수 있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개발계획도 함께 멈춰설 수밖에 없다. 특히 용산기지 반환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크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외국 군대의 흔적이 깊이 밴 서울 한복판의 땅을 복원하고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비용 문제로 미뤄둘 일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끌어온 반환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지 반환이 이렇게 난제가 된 근본 원인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0년 주한미군이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방류한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환경 조항이 신설됐는데, 건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미군의 책임을 인정하는 소극적 규정에 머물렀다. 미국은 미군이 최근까지 거주했던 곳이니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염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안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주둔하게 될 것이다. 토양 오염의 장기적 해악을 다루지 못하는 협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독일은 미군기지에 자국 환경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수준으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낡은 협정을 개선하는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 미국은 해외 기지의 오염 책임을 인정한 전례가 없어 이미 저질러진 오염의 정화비용 문제는 향후 협의도 지난할 게 분명하다. 마침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미군기지 오염 책임과 복원 비용을 방위비 협상의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