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리, 북핵 대화 필요성 재확인하다

입력 2019-12-13 04:01
‘새로운 길’ 경고한 美… 北, 더 늦기 전에 미가 제시한 유연한 접근법에 호응해 대화의 무대로 복귀해야

북핵 및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로 11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공동성명 채택 없이 끝났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와 중국·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재현됐다고 볼 수도 있다. 회의 직전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과 접촉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사전 정지작업도 별 효과가 없었다.

미국의 안보리 소집 요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발사에 대응해 2017년 12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지 2년 만이다. 동창리의 중대 시험을 화성 15형 발사에 버금가는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연일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를 전개한 이유다.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새로운 길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북이 도발에 나설 경우 안보리가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길은 고난의 길이다. 김 위원장이 가장 우려하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도 잘 알기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자극적 메시지를 낸 게 아닌가. 북이 원치 않는 파국을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대화의 무대로 복귀하는 게 답이다. 마침 미국이 ‘유연한 접근법’을 제시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여전히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북한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한목소리를 냈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 파열음이 생겼다. 그러나 방법상의 차이일 뿐 중·러 양국이 북한을 두둔한 건 아니다. 북한 당국은 중국과 러시아도 대화를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거듭 강조하건대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이 북·미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북·미 양측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