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엔 당초 없었던 고속도로 건설… 중기 기술개발 R&D예산은 1500억 ↓

입력 2019-12-12 04:05

여야가 512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선심성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구태를 막기 위해 국회의 예산 심의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었던 도로, 항만, 하천 정비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상당수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신설되거나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시에는 당초 정부안에 없던 고속도로 건설사업(서창~안산, 안산~북수원) 예산이 2건 추가돼 20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도 정부안(908억원)보다 50억원 늘었다. 특히 예산안 처리에 협조했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소속 실세 의원들이 주로 혜택을 봤다. 민주당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은 지역구 경기 구리시에 인창동 새마을도로 개설 예산 5억원과 아천빗물펌프장 예산 4억원을 타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도 지역구 전북 군산시에 군산대 노후화장실환경개선 예산 9억원, 옥서면 농어촌도로 확장 예산 5억원을 챙겼다. 대안신당 소속 박지원 의원도 목포대 도서관 외부 미관개선 공사 예산 10억원을 따냈다.

예산안 처리에 동참하지 않았던 한국당 의원들도 실속 챙기기에선 마찬가지였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의 지역구 충북 충주시의 경우 한국교통대 학생회관 리노베이션 예산 15억5000만원,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예산 3억원 등이 새로 추가됐다. 충주를 지나는 충청내륙2국도 및 충청내륙3국도 건설 예산도 각각 40억원 증액됐다. 김재원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인 경북 군위~의성 국도 및 삼자현터널 국도 건설에도 정부안보다 각각 10억원이 더 배정됐다.

여야는 국회 관련 예산도 알뜰하게 챙겼다. 국회 본관 리모델링 예산 23억원과 사랑재 환경개선 예산 14억원, 국회 청사 LED조명기구 교체 예산 1억여원이 신설됐다. 국회 보좌직원 연가보상비도 3335억원에서 15억원 늘었다.

반면 차세대 공학연구자 육성을 위한 이공계 전문기술인력 양성 R&D 예산, 슈퍼컴퓨터 개발 선도 R&D 예산은 각각 22억8200만원, 30억원을 삭감했다. 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R&D 예산과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도 각각 1500억원, 471억원 감액됐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