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제1당인 사회민주당의 산나 마린(34) 의원이 10일(현지시간)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 8일 총리 후보로 선출된 마린 의원은 이날 의회의 승인 투표에서 찬성 99표, 반대 70표로 총리직에 올랐다. 마린 총리는 현직 국가수반 중 전 세계 최연소 지도자다. 마린 총리는 이번 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정치 무대에 데뷔한다.
2012년 27세 때 시의원에 선출되면서 정계에 진출한 마린 총리는 2015년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여섯 번째로 많은 득표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고, 6월부터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을 맡아왔다.
다만 그의 세계 최연소 지도자 타이틀은 조만간 오스트리아 제1당 국민당의 대표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총리에게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31세로 오스트리아 총리가 됐다가 지난 5월 불신임 투표로 물러난 쿠르츠는 지난 9월 조기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연정을 구성하는 대로 다시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인 마린은 취임 이후 본인 포함 19명의 각료 중 1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마린 총리를 비롯해 30대 여성이 4명, 40대가 5명, 50대가 3명이다. 핀란드 연정에 참여한 사민당과 중도당, 녹색당, 좌파 연합, 국민당의 5개 정당 대표 모두 여성이며, 하원 의원의 47%가 여성이다.
핀란드 정가의 여풍(女風)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핀란드 역사가 세계 여권 신장의 역사로 불리는 이유다. 1893년 뉴질랜드, 1902년 호주가 핀란드에 앞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지진 않았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1920년대 들어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인정했다.
핀란드에서는 2000년 첫 여성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이 등장했다. 2007년 마티 반하넨 총리는 남성이지만 내각을 꾸리면서 20명의 장관 중 1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여성이 과반인 내각은 세계 최초였다.
핀란드 정가에서는 이번 내각과 관련해 여성보다는 젊은 나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정을 이루는 5개 정당 대표 가운데 4명이 35세 미만이다. 마린 총리는 SNS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나는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총리이지만 한 개인이며 실존 인물”이라며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