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개포동 쌀국수’… 제품명 튀어야 잘 나간다

입력 2019-12-12 20:30
편의점 CU가 출시한 크런치 과자 ‘라떼는 말이야’ 제품 사진. 인기 웹툰을 래핑해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줬다. CU 제공

과거 식품업계엔 ‘입맛은 변하지 않는다’는 상식이 있었다. 소비자들이 즐기는 보편적인 취향이 있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사랑받기 어렵다는 믿음 때문에 맛 뿐 아니라 마케팅, 패키지까지 오래된 것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었다. 최근 식품업계는 보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을 웃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감각의 조어법을 사용한 브랜드 명과 상상치 못한 조합으로 만든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펀슈머 마케팅’의 전성기다.

편의점 CU는 최근 ‘라떼는 말이야’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름과는 달리 커피가 아니라 정육면체의 크런치에 라떼와 초콜릿을 코팅한 과자다. 제품명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젊은 세대의 유행어에서 따 왔다. 고리타분하고 부도덕한 일을 ‘나 때는’이라는 말로 합리화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가 담긴 유행어다. CU는 제품명만 따온 것이 아니라 인기 만화가 양경수의 웹툰을 래핑해 재미를 더했다.

과거에도 네이밍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 만든 제품의 이름을 기발하게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재미 요소를 반영한 PB상품을 만드는 추세다. CU는 탐앤탐스 떡볶이도 출시해 전국에서 2만 개 한정으로 판매했다. 로고부터 폰트까지 탐앤탐스 매장에서 사용하는 테이크아웃 컵의 디자인과 똑같은 제품이다. 외관상으로는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면 국물 떡볶이가 담겨있다.

탐앤탐스 떡볶이는 최근 유행하는 ‘몰래 먹기 챌린지’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한 인기 방송인이 라디오 공개 방송 중 종이컵에 담긴 떡국을 커피인 것처럼 몰래 먹다가 들통난 이후 시작된 놀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사무실에서 몰래 짜장면 먹기’, ‘새벽에 엄마 몰래 라면 먹기’ 등 응용을 거듭하면서 젊은이들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시도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U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의 특성은 물론이고 그 외 독특한 매력에 더 큰 관심과 호응을 보내준다”며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 차별화 상품의 경우, 다양한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일반상품 못지않은 흥행을 기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개포동 쌀국수’ 제품 사진. 가수 ‘개코’와 협업해 만들어 ‘개코의 포(Pho) 동네 한바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개포동 쌀국수’를 한정 출시했다. 로컬 맛집같은 이름이지만 실은 ‘개코의 포(Pho) 동네 한바퀴’의 줄임말이다. 힙합 가수 다이나믹듀오의 멤버인 개코가 쌀국수 마니아라는 점에서 착안해 제품 개발에 참여시키고 제품 이름에도 반영한 것이다. 편의점 GS25는 지난 8월 PB상품인 ‘유어스1바우유(1등이되고싶은바나나우유)’를 내놨다. 바나나우유제품은 어지간해선 차별화되기 어렵다. GS25는 네이밍에 공을 들여 상품 특징과 개발 콘셉트를 담은 수백개의 상품명 후보 중 유어스1바유유를 선정했다. ‘1바우유’는 ‘1등이되고싶은바나나우유’의 줄임말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