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수사 당시 고발인이었던 건설업자 김모씨의 고발 경위와 과정에 대해서도 살피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울산지검에 여러 차례 소환돼 고발 전후 과정, 경찰팀 교체 건의 여부 등을 추궁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관련된 조사도 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에 대한 당시 경찰의 신속한 수사 착수 등이 사실상 김씨의 고발장 형식을 빌린 기획 수사는 아니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수사팀을 이끄는 총경급 인사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재수사를 성실히 하겠다” “다시 하자”고 제안한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국민일보 12월 4일자 1면 참조). 경찰은 지난해 1월 이례적으로 김씨의 고발장이 접수된 당일 피고발인인 김 전 시장의 동생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검찰은 수사팀 개편 뒤 김씨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장 성모 경위의 강요미수 혐의 등 공판에서 “고발장 형식을 빌린 수사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때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성 경위는 김씨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2015년에 김 전 시장 측을 협박하기로 공모한 사이였는데, 김씨의 김 전 시장 측 고발 사건을 맡아 수사했다.
검찰은 경찰이 김씨에게 고발을 제안했고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고 안내했던 사실, 또 김 전 시장 측 비리 수사를 새로 맡는 수사팀장이 김씨와 친밀한 사이였던 사실을 두루 주목해 왔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문제성 수사의 명분을 제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로서의 ‘고발인 섭외’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고발인을 달래려 하는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고발을 ‘지렛대’ 삼아 김 전 시장을 압박하려 한 차원에서 경찰이 먼저 전화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은 “경찰이 고발장을 접수받는 과정을 꾸몄을 가능성, 고발인을 ‘세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시장 선거 과정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그나마 울산지검이 청와대 첩보의 하명 사실을 경찰청으로부터 파악했기 때문에 이만큼 진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송철호 시장은 울산시청에서 열린 내년도 시 예산안 설명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눈이 펑펑 내릴 때는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쓸면 눈이 또 쌓일 뿐이다. 때를 기다리다가 속 시원하게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울산=허경구 조원일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