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허리’ 중견기업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중견 제조업체들의 성장 및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견 제조업체 대부분은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인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재고가 쌓여 대기업들이 생산 주문을 줄인 탓이다. 이른바 ‘낙수 효과’를 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11일 ‘2016~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통계로 기존 대·중소기업 분류에서 파악할 수 없는 중견기업의 경영상황 등을 담았다. 중견기업은 자산 5000억원 이상~10조원 미만의 기업이다. 이번 분석 대상이 된 기업들은 모두 4157곳(외국인투자기업, 공기업은 제외)이다.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 매출액의 17.2%를 차지한다.
기업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에서 국내 중견기업은 지난해 1.4%를 기록했다. 대기업(2.7%)과 중소기업(5.9%)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제조업 분야 중견기업의 상황이 심각하다. 매출액 증가율이 1.3%로 대기업(4.6%)의 3분의 1, 중소기업(2.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견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5%→4.7%→4.3%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8.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 둔화세는 대·중소기업보다 더 가파르다. 2016년 6.7%에서 2017년 5.5%, 지난해 3.8%로 가파르게 주저앉았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기업의 총괄적인 경영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갈수록 기업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견 제조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부진이다. 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기계·장비 등의 업황은 크게 나빠졌다. 중견 제조업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문이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운영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낙수 효과’도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부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종이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분야 매출액 증가율은 2017년 6.4%에서 지난해 -5.0%로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비제조업 분야 중견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은 나은 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6.1%)은 대기업(5.3%)과 중소기업(3.3%)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하는 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업 기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