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타다의 갈등에서 타다를 공격하는 논리 중 하나는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는 것이었다. 렌터카+기사 서비스에 뭐 그리 대단한 신기술이 있다고 혁신기업 행세를 하느냐고 했다.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이 주장을 따르자면 글로벌 공룡이 된 아마존이나 우버도 혁신기업일 수 없다. 아마존은 서점에 있는 책을 온라인에서 주문케 한 전자상거래에 불과했고 우버는 콜택시 같은 서비스를 좀 더 쉽고 편하게 접근토록 했을 뿐이다. 대단한 신기술이 없었지만 그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 수많은 소비자가 호응하면서 출판시장과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혁신이냐 아니냐는 소비자가 판단한다. 150만 이용자가 선택한 타다는 분명히 혁신기업이다.
혁신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형태로 등장하지 않으며 제자리에 머물지도 않는다. 온라인 서점이던 아마존은 지금 드론 배송에 나섰고 우버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개발 중이다. 수십년간 규제의 보호막에 안주하며 똑같은 서비스를 똑같은 불평 속에서 제공해온 택시업계와 달리 이런 혁신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렌터카+기사 서비스가 택시와 가장 다른 점은 소비자의 호응 속에서 창출해갈 미래의 가능성에 있다. 그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는 것은 투자자본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모빌리티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공급돼야 혁신의 진화를 이룰 수 있는데, 지금 그 돈줄이 급속히 말라붙는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안의 국회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유사 업체인 차차의 운영자금 투자 유치가 불발됐고 클라우드 펀딩도 중단됐다. 1년간 300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추진해온 타다 역시 추가 투자가 절실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이 돼버릴 사업모델에 돈을 댈 투자자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한다. 업계에선 모빌리티 분야 투자자들이 이미 한국을 떠나 해외로 가고 있다고들 한다. 한국기업 엠블랩스는 국내 타다와 똑같은 ‘타다’란 이름의 차량호출서비스로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에 진출해서 최근 50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 모빌리티 기업이 한국을 떠났더니, 동남아로 가서 50만 이용자를 확보했더니 벤처캐피털 자본이 곧바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타다는 규제에 막히고 돈줄이 끊겨 문을 닫을 판인데 동남아의 타다는 씽씽 달리고 있다. 타다금지법은 혁신기업 하나를 좌초시키는 데 머물지 않는다. 혁신의 진화 가능성을 봉쇄하고 모빌리티 분야의 새로운 시도를 억지로 틀어막는 법이다. 막아야 한다.
[사설] 돈줄 마르는 모빌리티산업… 혁신 불모지 만들 셈인가
입력 2019-12-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