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볼썽사납게 끝났다. 국회는 1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새해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다. 한국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인 512조3000억원의 슈퍼 예산이 일방 처리된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아닌 4+1 협의체란 비공식 기구를 통해 깜깜이 심사를 한 것은 물론 의결 전에 예산 증감 내역이 공개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막상 예산안 수정안 세부 내역 뚜껑을 열어 보니 예년처럼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민원 예산을 챙겼다. 예를 들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역구인 세종시의 지역 교통안전 환경개선사업에서 정부안 9억5000만원보다 5억1200만원 늘어난 예산을 확보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은 정부안에는 없던 신안산선 2단계 사전 타당성 조사 예산을 2억원 증액했다. 또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에 정부안 908억원에서 50억원을 추가로 따냈다. 날치기라며 반발했던 한국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은 정부안보다 지역 관련 예산을 100억원 넘게 늘렸다. 장석춘 의원(구미을)은 예산안 처리 1분 뒤 ‘구미에 295억원 로봇인력 양성기관 유치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다.
예산안 변칙 처리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은 결과다. 그런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또다시 극한대치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이 소집한 임시국회가 11일 시작됐지만 합의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때처럼 4+1 협의체를 가동해 이들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예산안 처리에 이어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일방 처리되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합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당도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선출된 만큼 투쟁만 할 것이 아니라 협상에 임해야 한다.
[사설] 패스트트랙 법안도 예산안처럼 처리할 건가
입력 2019-12-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