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다. 유럽 최고 자살률 국가인 리투아니아에 잠시 1위를 내줬으나 2018년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부끄럽고도 불명예스럽다. 술고래 국가 리투아니아는 알코올 중독, 음주 운전, 음주 관련 자살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알코올 소비가 자살률과 비례한다는 것은 일관되게 보고되는 연구결과다. 때문에 많은 국가는 음주폐해 예방정책을 중요한 자살예방정책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도주(Spirit)를 즐겨 마시는 나라다. 남자 40~50대, 여자 20~30대의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데, 이는 자살률이 높은 남녀 연령대와 일치한다. 음주율과 자살률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인 리투아니아와 한국이 다른 것은 리투아니아는 강력한 음주폐해예방정책과 알코올규제정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대로 된 알코올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필연적이다. 2018년 국가음주폐해예방관리사업 예산은 14억원인데 주류산업의 마케팅비가 2000억원대을 감안한다면 너무 초라하다.
연구결과를 보면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7조원, 자살은 3조원, 암은 7조원, 음주는 2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정책 투자는 흡연 1400억원, 자살 170억원, 암 1200억원, 알코올은 14억원 수준이다. 왜 이럴까? 중앙정부 내 전담부처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미국은 예산 3조원의 ‘물질남용정신건강국’과 4000억원 예산의 ‘국립알코올연구소’가 있다.
우리나라도 금연이나 암 관리 분야는 보건복지부 내 전담과나 국이 있다. 그러나 음주폐해는 전담공무원 인력이 1명도 되지 않는다. 정신건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OECD 국가 대부분은 전체 보건예산 중 정신보건 예산이 5% 내외인 반면 우리나라는 1%를 조금 넘는다. 중독과 정신건강 문제, 음주 문제와 자살 문제가 심각한 나라, 정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가. 중독예방관리과를 신설하고 정신건강정책과와 자살예방정책과를 합쳐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돌볼 정신건강국을 설치하는 일이 절박한 이유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