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징후에… 美, 12일 ‘안보리 소집’ 맞불

입력 2019-12-11 04:01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넘어 정면충돌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정한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징후를 보이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며 맞불을 놨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현지시간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새벽) 공개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당초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이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열자고 했으나,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이 날짜를 하루 늦추면서 인권 대신 미사일 도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동안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동요하지 않던 미국이 강공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올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13차례나 쏘아올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저 작은 무기”라며 무시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ICBM 도발 재개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미국도 안보리 소집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로 위장한 장거리 핵 투발수단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미국은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으로서 이번 안보리 공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조현 주유엔대사가 참석해 북한 측에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중단과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지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창리 지역에서의 엔진 시험 활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에 부응하면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미가 극적으로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굉장히 험한 말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래도 레드라인(한계선)은 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며 “대화의 문이 아예 닫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주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의 방한이 주목된다. 이때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이 이뤄진다면 협상 재개 쪽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최승욱 손재호 권중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