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처리 여부도 안갯속이다. 여야는 10일 종료된 정기국회에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1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4+1 협의체 내부에서도 패스트트랙 2개 법안에 대한 합의점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여서 법안 상정부터 처리까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논의를 4+1 협의체를 통해 해왔지만, 한국당은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4+1 협의체 논의대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된다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친문재인 독재로 가는 공수처와 여당 2·3·4중대에 의석수를 보장하는 연동형 선거제 야합 거래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민심을 경청하고 합의 정신을 복원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안인 50%의 비례대표 연동률을 20~30%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타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각각 250석, 50석으로 막판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관계자는 “연동률을 낮추면 현재 의석수에서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4+1 협의체에 포함되지 않은 ‘변화와 혁신’도 여야가 서로 양보하는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며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 대표를 맡고 있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처리를 전제로 민주당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제한하고,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는 대타협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연동률이 낮아진다면 단식까지 하며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쏟았던 정의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패스트트랙 법안을 11일에 상정하지 않고 또 미루게 된다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거대 양당이 군소정당의 의석수 확보를 막기 위해 야합한다는 비판이 일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설치법은 4+1 협의체가 백혜련 민주당 의원 법안을 토대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안에 담긴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부분을 일부 반영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라 여야 3당 교섭단체 협상 상황에 따라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심희정 박재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