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가 각종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다. 일본 여권 인사들은 헌법 개정을 위해 아베 총리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 임기 중에 개헌이) 되면 좋지만 될 전망이 없다면 적어도 그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전날 임시국회 폐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반드시 내 손으로 완수하고 싶다”고 강조한 데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21년 9월까지로 1년10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개헌이 사실상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자신의 임기 중 해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당초 아베 정권과 집권 자민당의 목표는 이번 임시 국회 회기 안에 개헌의 정지 작업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회기 전까지 아베 정권은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하려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4번이나 연기한 바 있다. 자민당은 당초 임시 국회를 연장해 개정안 표결을 밀어붙일 계획이었지만 최근 아베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자 표결을 또다시 미루고 다음 정기 국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국가 행사에 아베 총리의 후원회 관계자가 초청된 게 확인되면서 촉발된 스캔들은 일본 정부가 참석 인사 명단을 서둘러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외에도 아베 정권은 지난 9월 개각 이후 각료 2명이 불명예 사임했고, 대학 입시 영어 민간시험 도입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혼란 등으로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이번 임시 국회에서 국민투표 개정안 표결이 연기되자 임기 중 개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베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포기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야당을 압박하려고 중의원 해산 카드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국회 폐회사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물어야 한다면 해산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야당에 협조를 구해 내년 1월 정기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이른바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등 개헌을 단행할 생각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참의원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야당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가 거세 아베 총리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 9월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침체, 지난 10월 소비세율 증세, 러·일 평화조약 협상 정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교착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아소 부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여당 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론을 들먹이고 있다. 당 규칙을 바꿔 자민당 총재 4선에 나서라는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잡지 ‘문예춘추’ 인터뷰에서도 “헌법 개정을 하려면 총재 4선도 무릅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부추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