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부모, 2개월 만에 안도의 눈물…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민식이법’ 의결

입력 2019-12-11 04:02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 어머니 박초희 씨와 아버지 김태양 씨가 민식이법 통과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0일 그동안 사회적 관심을 모아온 민생법안들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어린이 교통안전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다. 순간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을 딴 이들 법안에는 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민식이법은 발의 2개월 만에, 하준이법은 발의 약 2년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당시 9세)군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만들어졌다.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건으로 구성돼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다. 각각 재석 242인 중 찬성 239인·기권 3인, 재석 227인 중 찬성 220인·반대 1인·기권 6인으로 가결 처리됐다.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입법 취지에 대해선 십분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에 견줘 지나치게 형량을 높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김민식군 부모는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가슴을 졸이며 민식이법 통과를 지켜봤다. 이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터뜨렸다. 김군의 아버지는 법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며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민식이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했고, 그로 인한 선한 영향력으로 앞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금 더 빨리 제도를 정비해 아이를 지키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많은 아픔과 논쟁, 갈등이 있었지만 민식이법 통과를 계기로 아이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하준이법은 주차장법 개정안으로,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 경사 도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치여 숨진 최하준(당시 4세)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재석 246인 중 찬성 244인·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아직 국회에는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 계류된 아동 안전 법안으로는 해인이법(응급조치 의무화), 한음이법(특수교육시설 내 안전조치 강화), 태호·유찬이법(통학차량 안전 강화) 등이 있다.

본회의에서는 또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등의 파병 연장안, 각종 국제협약 비준 동의안 등 12건이 상정·처리됐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