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월과 11월 정경심 공소장 내용 너무 달라… 변경 불허”

입력 2019-12-10 18:43
연합뉴스TV 제공

“(공소장 변경을) 못 한다고 이유를 말했다. 계속 (반발)하면 퇴정을 요청하겠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3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검찰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 불허가 결정에 반발하자 재판부가 언성을 높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와 관련해 지난 9월 처음 기소한 공소사실과 지난달 11일 추가 기소한 공소장 내용이 현저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범, 범행일시, 장소, 방법, 행사목적 모두 동일성 인정이 어렵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의 입시 비리·사모펀드 사건 등을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워 달라진 두 공소장의 공소사실을 하나씩 지적했다. 정 교수의 범행 일시는 2012년 9월 7일에서 2013년 6월로 변경됐다. 범행 장소도 동양대에서 정 교수의 주거지로 달라졌다. 공범은 ‘성명불상자’에서 정 교수의 딸 ‘조모씨 등’으로,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던 위조 방법은 상장 파일을 스캔·캡처해 직인 이미지를 오려내 붙인 것으로 바뀌었다. 위조 목적도 ‘유명 대학 진학 목적’이었다가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수정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제출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2000년 2월 청소년에게 담배 한 갑을 판매한 혐의를 하루 전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내용으로 바꿨는데 공소장 변경이 불허된 경우였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공범과 범행일시 등 5가지 항목 중 어느 하나 정도만 동일하면 되는데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 인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정 교수가 위조한 동양대 표창장을 의학전문대학원에 낸 본질은 동일하고, 변경된 일시와 장소 등은 부수적 사실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 항의가 이어지자 재판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저희 판단이 틀릴 수 있는데 나중에 선고되면 상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보석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추가 기소 사건에 대해 증거기록 복사를 마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이 11월 11일에 기소됐는데 한 달을 그대로 보냈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원한다면 보석을 청구하도록 해서 천천히 진행하겠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공소를 취소할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변경이 불허된 상태에서는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이 이대로 공소 유지하면 앞서 기소한 표창장 위조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 취소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다시 기소해야 한다. 검찰이 지난 9월 처음 기소한 것은 무리한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공소 취소 없이 공소장 변경을 계속 요청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소 취소는 부실수사를 자인하는 것으로 무죄 선고보다 피하고 싶은 선택지”라며 “검사장 결재까지 받아야 해서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