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10일 서울 하늘은 스모그에 갇힌 듯 온종일 잿빛이었다.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높아진 날 찾아온 먼지의 공습은 이번 겨울도 예년과 같은 패턴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면 먼지가 걷혔다가 날이 풀리면 극도로 탁해지는 ‘삼한사미’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힘겨운 겨울이 될 듯하다. 수도권과 충청북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됐으며 각종 사업장과 공사장에서 저감조치가 실시됐다. 건설현장마다 세륜장을 운영하거나 공사시간을 단축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환경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겨울 들어 처음 이뤄진 비상저감조치 상황을 꼼꼼히 복기하기 바란다. 이런 대책은 시민이 효과를 체감할 때 비로소 정책 목적이 달성되며, 그러려면 현장에서 취지에 맞게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구석구석 살펴서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겨울과 봄을 두 번씩 보내는 동안 미세먼지는 끊임없이 기승을 부렸다. 그때마다 여러 대책이 발표됐지만 뾰족한 수가 되지 못했다. 세 번째 겨울을 맞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12~3월에 차량 운행 제한, 석탄발전 제한, 도로 청소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조치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수도권 운행을 이 기간에 상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핵심인데,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 신세로 시행 중이다. 국회가 이 조치의 법적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저감특별법 개정안을 지난달 7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뭉개는 동안 12월이 돼버렸고, 서울시는 하는 수 없이 사대문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에 나서야 했다. 체감 효과를 기대하려면 서울 전역은 물론 인천과 경기도 지역에서도 함께 실시돼야 한다. 그러려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그 법률을 만들지 않고 있는 국회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먼지와의 전쟁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 일하지 않는 국회가 우리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11일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풍을 타고 중국 먼지가 유입되고 있어서 그렇다. 최근 발표된 한·중·일 미세먼지 공동 연구 결과는 한국 미세먼지의 중국 요인이 32%임을 규명했다. 중국이 책임을 비로소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과의 공동 대책을 추진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지지부진했던 국제 공조에 어서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 먼지와의 전쟁도 발목 잡은 국회
입력 2019-12-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