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경심 부실 공소장 변경하려다 제동 걸린 검찰

입력 2019-12-11 04:03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법원이 불허했다. 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9월 6일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정 교수를 전격 기소(1차)했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정 교수 본인을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시효 만료 전날 서둘러 기소한 것이다. 이렇게 졸속으로 재판에 넘긴 것이라 무리한 기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당시부터 제기됐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위조 표창장을 이용한 딸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혐의 등을 적용해 정 교수를 구속 기소(2차)했다. 재판이 본격화되자 1차 기소 때 기재한 범죄사실을 바로잡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이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0일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변경 전후 공소장을 비교하며 불허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표창장 위조 시점이 1차 때 2012년 9월 7일에서 2차 때 2013년 6월로, 범행장소가 동양대에서 정 교수 주거지로, 공범이 ‘성명 불상자’에서 딸로, 위조방법이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에서 ‘컴퓨터를 통해 이미지를 붙여 위조’로, 위조 목적도 ‘유명 대학 진학 목적’에서 ‘서울대 제출 목적’으로 바뀌는 등 현저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5가지 항목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공소장 변경은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1차 공소사실과 추가 수사를 통해 파악한 실체가 사실관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법원이 심리 후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1차 기소는 정상적인 검찰권 행사가 아니었다. 기소 독점으로 인한 기소권 오·남용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물론 2차 기소 건은 별도의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 교수가 면죄부를 받은 것 또한 아니다. 그렇지만 검찰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증거에 따라 법률적 판단을 해야 함에도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