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남자와 여자 말고 제3의 성을 창설하는 근거인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것이다. ‘성별’을 남녀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과 여성단체는 “(법안이) 성별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축소해 현존하는 다양한 성차별을 지우는 몰상식한 내용을 담음으로써 한국의 인권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성전환 수술도 인정하지 않아 성별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에서 ‘성별’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이 성별 변경을 100% 차단한 것이 아니라, 수술을 통한 변경이 매우 어려우며 수술 후에도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법원도 성을 결정하면서 생물학·정신·사회적 요소를 고려한다고 해도 남자 또는 여자 중 어느 하나로만 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4스42)
그런데 국가인권위는 2008년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시 성전환 수술을 요건으로 하는 대법원 규칙을 폐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남성 성기를 갖고 여성 외모를 지닌 제3의 성을 출현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이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아스러운 것은 일부 여성단체의 행보다. 이들은 ‘양성평등’이 제3의 성을 인정하지 않아 차별에 해당하기에 젠더 또는 성 평등으로 용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나아가 헌법 제32조, 제34조 등은 ‘여자’의 권익 향상과 모성에 대한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성별이 남자와 여자로 구별됨을 전제로 양성평등을 추구해 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양성평등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 미래 경쟁력인 교육 분야에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만 보더라도 남학생을 추월한 지 십수년이 넘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을 정착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영역에서도 공직선거법 제47조는 비례대표 의원을 추천하면서 2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순위의 매 홀수는 여성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여성단체의 주장대로 여자와 남자 이외 ‘제3의 성’을 인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례대표 의원을 추천할 때 1번 여성, 2번 남성이 아니라, 여자보다 더한 소위 ‘성소수자’를 우대한다며 1번 제3의 성, 2번 여성, 3번 남성으로 하자고 할 것이다. 성별 기준이 아예 무너지면 1번 트랜스젠더, 2번 안드로진, 3번 뉴트로이스, 4번 에이젠더, 5번 바이젠더, 6번 젠더리스 등 30개가 넘는 젠더퀴어에 먼저 순위를 부여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3의 성은 머지않아 ‘여자’의 지위를 대체할 것이다. 그들이 핍박받는 소수자라면서 존중받아야 할 여자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경기 출전 제한을 완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식하는 남자선수가 여자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이 경우 여자 선수의 안전이 위험해질 뿐 아니라, 경기의 공정성도 문제 될 수밖에 없다.
남녀 성별 구분이 사라지면 남성 성기를 달고 여자라고 주장하는 ‘제3의 성’들이 여자 화장실, 샤워장, 목욕탕 등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결국, 화장실 등의 여성 전용 공간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한민국은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제3의 성들이 병역면제를 요구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남녀 성별 구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애써 추구해온 양성평등을 파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여성의 지위를 위협하는 제3의 성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다양한 성차별, 불필요한 갈등과 혐오, 불평등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성 보호를 위해서라도 성별은 반드시 남자와 여자 중 하나로 정의해야 한다.
지영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