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가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이다. 미국측 요청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소집됨으로써 양측이 말 폭탄에 그치지 않고 행동 대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된 마당이다. 안보리 회의에서는 북핵 및 북한의 미사일 추가 도발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은 대북 규탄에 소극적이었다. 안보리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소집됐고,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이 지난달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할 때도 동참하지 않은 미국이었다.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건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의 최선희, 김영철, 리수용 등이 간접적으로 주고받은 말폭탄을 보면 북·미 관계가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때 오갔던 ‘로켓맨’ ‘늙다리’ 같은 표현이 다시 등장했고, 북한이 지난 7일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가 나오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무슨 일을 벌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자신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각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비이성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파국이다.
동창리의 중대한 시험은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방부도 10일 “동창리 활동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리 소집은 북한에 ICBM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두 나라가 북한이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미 양국의 유기적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다음 주로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 방한이 북·미 대화 모멘텀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설] 北,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 엄중하게 인식하라
입력 2019-12-1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