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유대를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 파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발을 저지르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도 압박했다. 이에 북한은 자신들에게 잃을 것은 없다고 맞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 ‘망령든 늙다리’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은 적대적으로 행동할 경우 잃을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 만큼 영리하다. 그는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그는 싱가포르에서 나와 비핵화 합의를 맺은 바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없던 일(void)로 만들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내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진전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북·미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해도 낙관적 전망을 밝혀 왔다. 하지만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이 6·12 합의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기미를 보이자 강한 톤으로 이를 만류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도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했지만 전제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있는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지만 약속했던 바와 같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며 “전 세계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북한도 ‘말폭탄’으로 맞대응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 담화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조선(북한)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노골적인 비난도 내놨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전 발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럴 때 보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리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도 담화문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며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