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온유, 기적의 4000일] ① 2008년부터 봉사자 두 손으로 전한 생명

입력 2019-12-10 00:03
‘릴레이 온유’는 자가호흡이 힘든 김온유씨를 위해 2008년부터 지금껏 진행 중인 앰부 봉사 캠페인이다. ‘앰부 천사’로 불리는 캠페인 참가자들은 ‘봉사자’가 아닌 ‘친구’이자 ‘가족’으로 온유씨를 만난다. 이들은 온유씨를 도우러 갔다가 오히려 더 큰 힘과 위로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 장군(대학원생)
고난에 굴하지 않는 모습, 같은 청년으로서 동질감



2008년 4월 명성교회 중창단 조장으로 몸이 아픈 교우에게 위문 찬양을 다닐 당시 온유를 처음 만났다. 그해 11월 교회 대학부 저녁기도회에 ‘릴레이 온유’ 첫 공지가 떴고 바로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전엔 혼자 호흡할 수 있었는데, 온몸이 붓고 자가호흡이 어려워진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피나 돈 등 특별히 들어가는 것도 없고 약간의 체력과 시간,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라 흔쾌히 참여했다.

벌써 앰부 봉사 11년 차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고정 참여 중이다.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 편인데 온유가 촛불 모양의 안경을 씌워주며 생일파티를 해 준 일이 기억에 남는다. 전공이 서양 철학인데, 온유가 생각이 깊고 책도 즐겨 읽는 편이라 논어나 팡세를 같이 읽자고 제안한 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근 낸 온유의 책에서는 고난을 딛고 현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끈질기게 씨름하는 내용을 보며 같은 청년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성향이 다른 봉사자를 대할 때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으나 계속 온유와 같이 있어 주고 싶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과 시선 너머에 계시는 분이다. 그분이 쓰는 은혜의 역사를 앞으로 온유와 같이 보고자 한다.

▒ 김보미(상담교사)
실수해도 환하게 웃어주던 언니, 어느덧 8년이 흘러



교회 언니의 추천으로 온유 언니와 앰부 봉사를 알게 됐다. 처음 앰부를 잡았을 땐 긴장한 탓에 앰부 밸브가 계속 빠졌다. 불편해 보이는 언니 표정을 보자니 빨리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집에 가려고 서둘러 인사를 하는데, 언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게 됐다. 봉사자가 없어서 한 타임 동안 혼자 앰부를 하던 날, 언니가 직접 김치찌개를 끓여준 일이 기억난다. 봉사자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행복해하고, 고기를 앞에 두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는 온유 언니. 그런 언니가 참 좋다.

나는 워낙 낯을 가리는 데다가 싹싹하지도 못한 성격이다.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사람과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데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이런 내게 어쩌면 이곳은 함께하는 법을 훈련하는 가장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 교회공동체의 사랑과 섬김을 배운다.

언니가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병원 쪽은 쳐다도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언니가 하나님께 드리는 삶의 예배가 하나님께는 영광이, 우리에게는 은혜가 돼. 그래도 아픈 건 싫으니까, 인제 그만 아프고 빨리 건강하게 퇴원해서 더 맛있는 거 먹여줘. 사랑해 언니야.”

▒ 박경덕(영어 강사)
도도한 모습에 왠지 끌려, 7개월 만에 친해졌어요



3년 전 앰부 봉사를 처음 왔었다. 온유가 아는 척도 안 하고 자기 할 일만 하는 걸 보고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아 그다음엔 오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4월 봉사를 소개해 준 동생에게 ‘다시 온유에게 가 볼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여전히 도도한 모습이었지만 왜인지 마음이 움직여 계속 오게 됐다. 나중에 온유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친해지려면 1년은 걸린다더라. 그런데 나와는 7개월 만에 친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재밌어서 그런 것 같다.

최근 온유가 생명의말씀사 SNS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온유가 긴장을 많이 해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영어 강의 경험이 있는 내가 진행을 봤다. 방송에서 한 독자가 자기 딸이 투병 중인데 책을 읽고 힘을 냈다고 해 나 역시 뿌듯했다.

온유를 보며 신앙의 마음 밭이 참 단단하다고 느낀다. 10여년 전부터 기도했으나 그에 맞는 보상을 못 받은 상태에서 믿음을 붙잡는 게 신기하다. 난 모태신앙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거 같다. 신앙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처음 봉사하러 오면 아무도 자기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당황할 수 있다. 온유가 일부러 무시하는 게 아니다. 자기 할 일에 집중해 그렇다. 오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봉사에 참여했으면 한다.

김온유씨와 앰부 봉사자들이 병실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생명의말씀사 제공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봉사자 손길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온유씨를 찾아온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생명의말씀사 제공

온유씨와 봉사자들이 같이 식사하는 모습. 생명의말씀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