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에 있는 화이트섬에서 9일(현지시간) 화산이 폭발했다.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실종자도 수십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수가 많은 데다 화산재가 순식간에 섬 전체를 뒤덮은 탓에 구조작업조차 쉽지 않아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1분쯤 화이트섬의 화산이 세 차례에 걸쳐 분출했다. 화산 분출로 뿜어져 나온 뜨거운 화산재로 인해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분출 당시 섬에는 약 50명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30여명은 북섬 타우랑가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오베이션오브더시즈호의 승객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5명 모두 이 배의 승객으로 확인됐다. 생존자들도 상당수가 화상을 입었으며 중상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트섬은 화산 폭발 직후 화산재로 뒤덮였다. 경찰관과 구조대는 해안가에서만 구조작업을 벌일 뿐 화산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은 실종자 수가 정확히 몇 명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성명에서 “현재까지 입수한 정보만 놓고 보면 화이트섬에는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부 관광객은 화산 꼭대기에 올라 분화구를 감상하던 중 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화산재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텔레비전(TVNZ)은 화산 분출 직전 분화구 근처에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하얀 화산재에 뒤덮인 채 파괴된 헬리콥터 한 대가 포착되기도 했다. 화산재가 언제 걷힐지도 가늠할 수 없어 구조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다수 나온 오베이션오브더시즈호 승객들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선내에 머무르라는 통보를 받았다. 화산 분출 장면을 본 캐나다 관광객 실베인 플라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희귀한 장면을 보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배로 돌아온 뒤 승객과 승무원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쁨과 흥분이 단번에 공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의 분위기는 침울한 상태”라고도 전했다.
화산 분출 직전 화이트섬을 떠났던 브라질 관광객 알레산드로 카우프만은 인스타그램에 “오늘 화이트섬에는 단체 관광이 두 차례 예정돼 있었다”며 “우리는 첫 번째 그룹에 속해 있었다. 우리가 섬을 떠난 지 5분 만에 화산이 분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 그룹은 우리가 떠난 직후 섬에 도달했다”며 “그들은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광객은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밤 화이트섬에서 가까운 해안도시 와카타네를 찾아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아던 총리는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섬에 있던 사람들의 안위에 대해 많은 걱정과 염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