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여야… 한국당은 “예산안 합의돼야 필리버스터 철회”

입력 2019-12-10 04:02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 번째)이 9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면충돌로 치닫던 여야가 9일 가까스로 ‘임시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직후 대여 협상에 나서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파국은 피한 것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 법안 처리에 한국당이 응할지 여부가 불확실해 갈등은 언제든 불붙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세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어린이 보호구역 과속 단속 강화법인 ‘민식이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계획을 철회하면 여야 간 이견이 큰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 법안은 일단 정기국회(10일 종료) 내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원래 9일 오후 예정됐던 본회의는 취소됐다.

다만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간 합의를 그대로 추인하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3당 합의가 완료될 경우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의총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의총 후 “합의문 내용 전체가 민주당과 우리 당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다는 전제 하에 있는 것”이라며 “현재 예산안 수정안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 중이고, 결과를 봐야 다음 단계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앞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논의한 예산안 수정안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9일 만에 재가동된 교섭단체 3당 예결위 간사 협의체 협상에 눈길이 쏠린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존 4+1 협의체가 논의한 내용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예산안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조건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3당 간 합의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4+1 협의체에서 마련한 수정안을 10일 오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3당 예결위 간사들은 밤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대 쟁점인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한 한국당의 협상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한국당을 계속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희의 기본적 의지는 달라진 게 없다”며 “4+1 테이블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1일부터 국회를 재가동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만일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4+1 차원에서라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재희 박재현 김용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