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 이적 의혹인 ‘그리핀 사건’으로 불거진 e스포츠 선수 불공정 계약 문제에 대해 리그의 운영 주체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운영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이동섭 의원실,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e스포츠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소위 ‘그리핀 사건’으로 불거진 e스포츠 불공정 계약 관행을 뿌리 뽑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그리핀 사건은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19)군이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의 강압에 의해 중국 징동게이밍(JDG)으로 장기 이적이 추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이후 불공정 계약, 계약서 허위 보고 등의 문제들이 무더기 드러나며 e스포츠업계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박준규 대표와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은 발표자로 나서서 계약서 전수조사 및 표준계약서 마련, 선수 등록 의무화, 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선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지켜본 팬들은 “투명하지 못한 조사 방식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업계 카르텔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라” 등의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조 전 대표 등 게임단 경영진의 ‘회전문 인사’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게임단 경영진에 대한 사퇴를 요청했다. 말끔히 해명되지 않으면 시드권 박탈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후 신규 팀 창단 등 심사에 있어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사람이 있으면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대회에 관여할 수 없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e스포츠 카르텔’로 규정한 팬들의 시선에 대해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이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카르텔 등 의혹 제기가 있는데, 소통 부재로 의혹을 키우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 그런 건 내부적으로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구조 개선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협회가 책임감 있게 안을 말씀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협회 혼자 힘으로는 개선할 수 없다”며 “선수권익 보호뿐 아니라 산업 증진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측 관계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e스포츠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게임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e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협회나 팀, 게임사들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 제고를 위해 힘을 모아나갔으면 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