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황체제’ 브레이크 건 원내경선… 중진물갈이 반발도 票로 뭉쳐

입력 2019-12-10 04:04
국회에서 9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왼쪽)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김재원(오른쪽)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뒤 황교안 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당대표에게 직언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5선의 심재철(61)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3선의 김재원(55) 의원이 선출됐다. 비황(비황교안) 인사가 원내대표가 된 만큼 황교안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 물갈이론’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표가 집중됐다는 평가도 있다.

심 원내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52표를 얻어 27표씩을 받은 강석호 김선동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도 심 원내대표가 39표로 1위를 했고, 강석호(28표) 김선동(28표) 유기준(10표) 의원 순으로 득표했다.

심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저는 계파가 없다. 경선 때 이른바 황심(황 대표 의중)이 언급됐는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며 “당대표를 제대로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직언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황심’을 견제하겠다는 심 원내대표의 전략이 다수 의원의 마음을 산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임 원내대표의 연임을 막고, 주요 당직에 친황계 초·재선 의원들을 앉히는 등 황 대표가 당 운영에 전권을 휘두르는 것을 막기 위한 표심이라는 해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황심에 대한 반발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다. 당 지도부의 나 원내대표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고, 다른 초선 의원은 “황심으로 선거가 좌우되면 당 체제가 획일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물갈이론에 반발하는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심 원내대표는 “인적 쇄신도 결국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지 쇄신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새로운 인물이라도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의원들이 선수(選數)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에게 직언하겠다”고 한 공약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러닝메이트인 김 정책위의장의 호소력 있는 연설이 막판에 표를 끌어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정견 발표에서 “2년 전 이맘때, 제 딸이 수능시험 치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박근혜정부 특수활동비 사용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고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 죽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 식당에서 ‘내가 내 편이 돼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줄까’라는 낙서를 보고 깨달았다. 그때 너무 저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다”며 “요즘 우리 당이 쇄신과 혁신을 말하면서 너무 우리 스스로에게 매질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존중해야 국민도 우리 말을 존중해준다”고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할 때인 1980년 5월 ‘서울역 회군’을 주도해 민주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광주광역시 출신이지만 이후 보수당에 몸담아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고, 20대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김 정책위의장은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당내 전략통이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