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의 남녀 임금격차는 46.42%, 서울에너지공사는 40.99%, 서울산업진흥원은 37.35%….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때 여성 임금은 각각 53만5800원, 59만100원, 62만65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3개 기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2017년 기준, 34.6%) 보다도 높았다.
서울시는 22개 모든 투자 출연기관의 기관별 성별 임금격차와 직급별 직종별 재직년수별 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9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성평등 임금공시제’다.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에 발표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스위스, 영국, 독일 등에서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2018년 만근한 총 2만2361명이 대상이다. 성별 임금격차는 OECD와 동일하게 중윗값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액 분포 중 각각 가운데 순번에 있는 임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이번 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 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 31.57%로 다양했다.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이 성별 임금격차가 벌어지게 하는 근본적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공시 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길었다. 또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지는 점, 건축 토목 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강한 점도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성별 임금격차 중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별적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임금자문단’을 각 투자출연기관에 파견해 각 기관별 자체 개선계획을 수립 이행할 수 있도록 3단계에 걸쳐 컨설팅한다.
또 성평등 임금공시 대상을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과 시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한다.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궁극적인 목표인 민간 부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을 마련, 우수 기업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