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후로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 수사를 맡았던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10여명에 대해 최근 소환을 통보했으나 해당 경찰관들이 불응했다. 현직 경찰관들이 집단으로 검찰 소환을 거부한 셈이다. 하지만 검찰은 애초 수사 경위와 수사팀 교체 이유, 내부 이견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도 의심한다. 소환 단계에서부터 검경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양측 갈등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검찰이 지난 2일 서울서초경찰서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변사사건 증거물로 보관 중인 A씨의 휴대전화를 신속히 확보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의 포렌식 작업 결과를 경찰과 공유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경찰은 변사자 행적 등 사인 규명을 위해 통화 내용이 필요하다며 4일과 6일 두 차례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모두 기각했다. 두 국가기관 간에 볼썽사나운 휴대전화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별다른 방도가 없는 경찰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내역) 영장은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했는데 동일 사유의 영장을 법원 판단 없이 검찰에서 불청구된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비판 공세를 폈다.
국민적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인데 두 수사기관이 협조하기는커녕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검경 모두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된 탓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걸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이 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그렇다면 소모적 공방을 당장 멈춰야 한다. 상호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하명 수사 의혹의 당사자인 경찰은 법적 절차를 준수해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검찰도 수사관 사망 동기 등을 파악하려는 경찰과 포렌식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설] 국가기관인 검경의 충돌… 정상적인 나라인가
입력 2019-12-1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