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명목으로 과거 한목소리를 냈던 청와대·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및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논란’으로 연일 서로의 입장을 반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 수사’가 부진한 점을 들어 검찰이 자유한국당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당청과 검찰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배경에는 집권여당과 검찰의 소통 창구가 없다는 점, 청와대와 검찰의 가교 역할을 하는 민정수석의 역할 무용론, 현 정국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청와대 참모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검찰과의 악화된 관계가 당내에 검찰과의 소통 통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은 금태섭·백혜련·송기헌·조응천 의원 4명인 반면, 한국당은 곽상도 의원을 포함해 9명이다. 그런데 이들 4명마저 검찰과의 관계가 냉랭하다. 이 때문에 검찰과의 소통은커녕 필요한 정보도 충분히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당의 경우 지난 9월 주광덕 의원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전화 통화한 사실을 들춰내는 등 검찰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검찰 정국’에선 한국당에 비해 검찰과 당을 이어주고 소통해줄 만한 의원이 부족한 것이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검찰 등 사정 당국과 대통령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김조원 민정수석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 내 감찰 조직의 수장인 민정수석이 공직사회와 소통하며 대통령의 법률보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감사원 출신인 김 수석이 이러한 역할 수행에 부족하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법조계 출신 민정수석이 아니라서 검찰과 소통이나 업무적으로 너무 분리돼 있다”며 “당내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애초에 김 수석은 공직기강 확립에 주력하고 조국 전 장관이 검찰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됐는데, 조 전 장관의 낙마로 빈틈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재의 상황을 직언할 수 있는 청와대 참모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전 장관 낙마로 청와대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인사를 하는 것만 봐도 이 정부의 생각하는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지금 검찰을 이렇게 만든 건 이 정권이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출신인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과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대통령한테 직언하는 참모가 없기 때문”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선거 나갈 생각만 하고 눈치만 보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가운데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사람은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