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8일 발표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들의 고달픈 현실과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워킹맘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인데 응답자의 95%가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했던 시기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50.5%), 출산(42%), 자녀 어린이집 입소(38.9%) 순인걸 보면 자녀 양육 부담이 가장 큰 이유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비슷한 보고서는 숱하게 쏟아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우리사회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절실함이 부족해서 일 게다.
워킹맘들은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5.9%가 현 직장이든 다른 직장에서든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일을 그만두는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것은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의 비중은 20.5%였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워킹맘일 것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35~39세, 40~44세 여성의 고용률은 각각 59.2%, 62.2%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7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1위인 독일에 비해서는 약 20% 포인트 낮은 수치다. 워킹맘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여성 노동력 활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다. 초저출산,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해법은 나와 있다. 일과 양육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워킹맘의 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양육·보육비 등 현금성 지원도 필요하지만 국공립어린이집과 방과후 돌봄 교실, 공공 산후조리원 등 공공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육아휴직 사용률도 높여가야 한다. 출산·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보전을 늘리고 복직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직장 문화를 유도해 가야 한다. 워킹맘이 자녀 양육을 부모나 다른 가족들에게 의존토록 하는 지금의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설] 고달픈 워킹맘 위해 일·양육 병행 가능한 환경 조성을
입력 2019-12-09 04:03